| [단상] 이공계 위기?
과학, 수학/과학 일반 | 2003/12/19 20:47

<중국이 쏘아올린 로켓>


내가 그 '이공계' 전공이다보니 아무래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 주제.

어느샌가 각종언론에서 키워드로 쓰기 시작한 낱말인 '이공계 위기'.
무엇이 위기인가? 하면 실은 나도 잘 모른다. 여기저기서 주워듣는 이야기가 전부니까.
그나마도 대부분 그 말을 처음 꺼내기시작한 언론매체를 통해서 듣는 것들이고, 아직 사회경험도 거의 없다시피하다보니 특별히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아는 것도 없지만
그래도 한두마디 해볼까 한다.

내가 생각하기엔, 딱히 '이공계 위기'란 건 없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이공계 사람들이 받는 경제적인 대우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본다. IMF 이후로 많은 연구원들이 잘려나갔다고
하지만, 이공계들만 모두 잘려나간 건 아니다. 그전에 연구원들이 대단한 위상을 누리다가
갑자기 추락한 것도 아닐 것이다.

이 이공계 위기란 말이 나온 시기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언젠가 서울대 공대 입시정원을 못채우고 나서부터인 듯하다. 이 말이 기자들사이에 어떤 합의된 키워드로 이용되고, 이공계인들의 열악한 처우  를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조명한 것일뿐, 갑자기 생겨난 사회현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솔직히 정원 못 채우는게 엄청 대단한 일은 아니지 않는가? (그 이후로 항상 못채웠던 것도 아니다.)

지금 우리가 '이공계 위기'라고 부르고 있는 현상은 실제로 곰곰 생각해보면, '이공계 학생들의 의대 선호현상' 이고, 더 나아가서 보면 '학문의 위기'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서 이공계쪽은 그나마 국가의 기초경쟁력이다 뭐다 해서 그나마 언론에서 관심도 가져주고 언발에 오줌누기식의 정부정책이나마 나온다. 하지만 인문사회학들은?

국문학,역사학 등등에 사람이 몰리지 않는 건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그나마 그쪽 과로 간 사람들도 결국 전공과 상관없는 고시준비, 취직준비에 열심이다. 이공계 학생들도 안정적이고 돈 잘벌리는 의대를 선호하는 것 뿐이다. 말하자면 IMF 이후로 학생들이 소위 '현실적'이 되버린 것 뿐. (내가 98학번이다보니 확실히 내 이전과 이후의 느낌이 많이 다르다. ) '경제논리'앞에 쉽게 내쳐지는 학문의 위기를 보면서 안정적인 걸 선호하는게 유행이 되었다고나 할까.

  소위 '이공계 위기' 즉 '학문의 위기'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국가경쟁력 실추 이런 것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좀더 정신적인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는 자신감의 실추, 꿈과 비전의 상실 같은 것이다. 내 주위의 이공계 친구들과 얘기를 해보면 대부분 예전과는 달리 마음속에 패배주의가 흐르고 있다.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처음 새내기때 '난 돈벌려고 이 길을 택한게 아니라 내가 정말 하고 싶은걸 하고 싶어서야' 라는 말을 하던 사람들을 몇년뒤에 '돈도 안되는데 수능쳐서 의대나 가자'라는 말을 하게 만드는 바로 그것. 아무도 꿈이나 비전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물론 그 누구도 무작정 꿈이나 비전에 투자하진 않는게 맞다. 그게 맞다. 하지만 그런 어느정도의 환상조차 허락할 여유가 없어져버린 것이다. 바로 그 '경제' 때문에. 뭐 경기가 나빠지고 주가가 조금만 떨어져도 당장 대통령부터 비난하고 보는 분위기에서 어쩔 수 없는 것인가. (경제는 시스템이라서 누구 한명이어떻게 한다고 할 수 있는게 아니라고 본다. 경제 기우제라도 지내야하는 것인가?)

내가 경제에 대해서 아는게 별로 없다보니 이런 용감무쌍한 이야기를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언론에서 이공계위기 이야기를 하면서 이공계가 경제발전에 필수적이라는 논리만을 바탕으로 문제를 다루는 것을 보면 씁쓸하다.  원래 학문과 기술개발이라는 것이 시간이 오래걸리는 작업이고 당장의 성과가 금방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보니 이런 논리만으로는 역시 단기성과위주의 기술개발만 돌아볼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경제발전에 당장 도움이 안되보이는 인문사회학들은 말할 것도 없고.)

게다가 언론에서는 아직도 힘든 여건에서 '라면만 먹고 밤새며' 일해서 무언가를 이루어낸 신화만을 얘기하려든다.
난 그게 단순히 어쩔 수 없는 필요성 때문에, 이미 깨져버린 환상을 이공계인들에게 되살려서 도로 예전 우리 선배들처럼 열정적으로 일하는 '후배'들을 양산하고자하는 얄팍한 술수처럼 보이기기까지 한다. 내가 원래 마음이 곱지 못하다보니 -_-

정말 우리사회가 꿈을 돌려줄 여유가 없는게 어쩔수 없는 것이라면 경제문제로라도 풀어야할 것아닌가.
이제 라면만 먹고 밤새며 일해줄 사람은 점점 줄어들테니. 쌀밥 먹여주고 여가시간도 줘야 일하지

<세종기지 고무보트>

2003/12/19 20:47 2003/12/1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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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eamark 2003/12/24 11:5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맞는 이야기다. 이공계가 위기라고 떠들기 전이랑 후의 대우가 바뀐게 없다. 원래부터 안 좋던 직없이였어 ^^;; 그런데 언론이 과장을 좀 해서 좋았던 이미지가 요즘엔 의치한으로 간 것 뿐일지도. 어쨋든 실상이 알려진 지금.. 투자한 만큼 보상받는 직업은 아닌 듯 싶다. 그래도 난 천성상 이쪽을 해야지... 물론 공무원으로 빠지고 싶기도 하지만.. 원래부터 연구보다 연구관리가 더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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