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리결석 인정, 이상한 제도
내 생각/이슈 | 2006/04/01 01:12

생리결석인정제도, 여학생이 생리통 때문에 결석해도 한달에 한번은 출석한 것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물론 저런 제도가 나온 심정이 이해가 전혀 안가는 것은 아니다. 주기적으로 아파서 수업 못듣는 것도 억울한데 출석점수까지 깎이니 부당하다고 느낄만하다.

하지만 나한테 이 제도는 이상하다 못해 미련하게까지 느껴진다.
그 이유론 두가지를 들 수가 있다.

우선, 형평성의 문제다. 이 제도가 '형평성'을 이유로 고안된 제도긴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형평성이 부족한 제도다. 튼튼한 남학생이랑 생리통으로 고생하는 여학생만 비교하다보니 생리결석인정이 형평성을 되찾는 제도라고 착각을 일으킬 뿐이다.  형평성에 어긋나는 간단한 예를 생각해보자. 만학도 A씨는 노령때문에 관절염을 앓고 있다. 비만오면 무릎이 아파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수업에 들어오기도 힘들다. A씨는 장마철에 학교에 나올 일이 걱정이다. 이번엔 남학생 B군. B군은 어릴적부터 못먹고 자라 잔병치레가 잦다. 매일 독감을 달고 살아 가끔 결석을 하곤한다. 하지만 어쩌랴. A씨와 B군을 위한 결석인정제도 같은 건 없다.  A씨와 B군 같은 사례는 얼마 없다고? 그럼 똑같은 논리로 여학생이 거의 없는 과에선 결석인정제도 할 필요 없다. 결국 형평성을 엄밀하게 따질려면 개강하기전에 신체적 조건이 불리한 사람을 모두 조사해야 사리가 맞는다.

두번째는 강의를 듣는 근본적 이유와 잘 안 맞는다는 점이다. 생리휴직제도가 있는 직장과 비교해보자. 학생이 학교에 나오고 강의를 듣는 이유는 지식을 배우고 쌓기 위함이다. 직장처럼 나와서 회사를 위해 가치를 창출하는 노동자의 입장이 아니라, 수업료를 내고 교육서비스를 받는 고객의 입장에 가깝다는 것이다. 간단히 생각해보면, 결석해서 서비스를 받지 못한 학생이 서비스를 받은 셈 쳐달라고 주장하는게 이상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물론 출석점수가 학생의 평가에 반영되고, 학점이 취직이나 진학에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이런 주장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약간만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보자. 학교가 학생을 평가하는 기준이란, 결국 이 학생이 강의를 통해 얼마나 많은 지식을 쌓았냐가 되어야하는게 맞다. 결석하지 않고 열심히 출석해서 성실성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출석을 하는  진짜 이유는 강의를 듣고 지식을 전달받기 위함이지 성실성테스트를 받기 위함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두세번 결석을 해서 강의를 듣지 못했더라도, 독학같은 개인적 노력을 통해 학교가 요구하는 수준의 지식을 쌓았다면 그 학생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한다.
하지만 생리결석인정제도가 주장될 정도라면? 뒤집어 보면 학교가  제대로된 평가를 하는데 실패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평가의 변별력이 떨어지다보니 출석점수가 중요해지고, 이런 쪼잔한 점수를 얻기위해 여학생들이 귀중한 시간을 내서 투쟁하고 있는 것이다. 실패한 건 학교인데 말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있는가? 이는 풀기에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변별력을 높이기위한 간단한 장치를 도입하면 된다.
  • 우선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어렵게 내서 출석점수가 그리 중요하지 않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 결석을 무작위로 불러서 몇번 이상 결석하면 점수를 깎는 방식으로 상습결석범만 골라내는 방법도 있다.
  • 또는, 약간 사고방식을 바꿔서 결석을 감점으로 보는게 아니라, 출석을 보너스 점수로 보는 방법도 있다. 만약 그 강의의 만점이 100점이라고 하면, 출석 10점, 시험 80점, 숙제또는 퀴즈 30점으로 배점해서 학생이 총 딸 수 있는 점수를 120점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출석점수가 좀 깎여도 숙제나 퀴즈로 만회할 기회가 많아진다. (대신 변별력강화를 위해 과제는 좀 어려워지겠만.)
  • 또 한가지, 정 학생들의 성실성을 테스트하고 싶다면 이런 방법도 있다. 강의시간만 숙제를 걷어버리는 것이다. 그럼 출석못한 사람은 숙제를 못내니 저절로 감점이 된다. 그리고 숙제가 10개 나갔다고 하면 그중 최고점 6개만 최종 점수에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면 생리결석으로 최대 네번 빠져서 숙제를 못냈다고 해도, 그 여학생에게 큰 불이익은 없다.


내가 생각하기에 대안은 많다. 그리고 학생을 제대로 평가해달라고 주장하는 것이 학교의 근본적 목적에 더 잘 부합하고, 사리에도 맞다. 수업 듣지도 않았는데 들은 셈 쳐달라고 주장하는 이상하고 ,복잡하고, 논쟁만 불러일으키는 아이디어에 학생들이 시간을 뺏기는 넌센스가  더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2006/04/01 01:12 2006/04/01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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