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이것이 네이버다
| 2008/03/24 01:55

  이것이 네이버다 - NHN Paradigm, It's 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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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영 지음
지난 8년, 날짜로는 무려 2,675일 동안 저자가 기자로서 NHN 성공 신화의 주인공인 이해진을 직접 만나고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책으로, 그동안 출간된 '네이버' 관련 서적과는 확연히 차별화된다. 저자가 NHN을 바라보는 시선은 단순한 특종감이나 성공 비결이 아니라 꿈과 모험, 지혜와 선의, 불굴의 의지 등을 통해 이루어낸 한 시대의 모험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다.



<구글 스토리>를 감명깊게 읽은 한국인이라면, 이 책도 읽어 볼 만 하다. 적어도 2008년 현재 한국에선, 구글이 네이버를 이기기는 커녕 전혀 경쟁상대 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현상엔 이유가 있고, 이 책은 그런 이유에 대해 비교적 잘 설명해주고 있다. 한국적 웹 환경이 미국(혹은 서양)의 환경과 달랐기 때문에, 한국적 환경에 잘 적응한 네이버가 살아남아 성공했다는 이야기다.

그외 나머지 회사의 뒷 이야기나 성장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가볍게 읽을만 했다. 네이버가 착한 기업이라서 성공했다는 이상한 분석1도 있었지만 그냥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하면 넘어갈 만 하다. 그런데 그렇게 가볍게 읽고 적당히 가볍게 잊혀질 이야기 중에서 한 가지 내 기억에 강하게 남는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웹 지식 생태계에 대한 이야기였다.

네이버나 구글 같은 검색 포털은 수익 구조는 거의 100% 광고다. 검색 사이트는 검색 서비스를 사용자를 모으고 그 사용자에게 광고를 노출함으로서 광고주에게 돈을 받는다. 그런데 사용자가 검색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컨텐츠다. 이상적인 구도라면 검색 사이트는 웹 사용자의 트래픽을 컨텐츠 제공자에게 연결해주고, 컨텐츠 제공자는 그렇게 넘겨 받은 트래픽을 이용하여 또다른 광고수익을 창출할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환경에서 검색엔진의 위치는 절대적이라 대부분의 광고수익은 검색 사이트가 가져가 버리게 된다. 컨텐츠 제공자의 입장에서는 컨텐츠를 만들었더니 중간 유통업체가 그 수익을 모두 가져가 버리는 것처럼 보일 여지가 많다. 이런 이유로 컨텐츠를 생산하려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웹 지식 생태계는 무너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구글이  웹 지식 생태계의 붕괴에 대한 대처방법으로 애드센스라는 상품을 만들었다고 진단한다. 이 상품은 다른 웹페이지에서 애드센스를 게재하면 그 페이지의 컨텐츠에 맞춘 타겟 광고를 노출시켜주고, 사용자가 이 광고를 클릭하면 애드센스를 게재한 웹페이지 주인에게도 수익을 나눠주는 구조로 되어있다. 컨텐츠 제공자와 수익을 나눌 수 있다는 구글의 제스쳐에 개발자나 파워 유저들이 열광한다는 것이다. 네이버가 개발자나 파워 유저사이에서 비난을 받는 것은 이런 제스쳐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검색 서비스의 수익 구조나 지식 생태계에 대해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꽤 신선했다. 그리고 생각해 볼 여지가 무척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자가 말한대로 구글의 애드센스는 단지 웹 지식 생태계의 붕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할 것이다. 컨텐츠 제공자는 구글의 애드센스를 이용하여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그건 여전히 구글의 영향력 아래서이기 때문이다. 컨텐츠 제공자는 수익률 배분을 협상할 능력이 거의 없고,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단지 구글의 인심만을 바랄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구글이 아무리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라는 모토를 내세우고 있지만, 구글이 인터넷 광고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구도는 컨텐츠 제공자에게 불리한 구도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리고 구글이 언제 '악해'질지 누가 아는가? 아니, 이미 악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뭐가 악한 것인지 평가하는 것은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테니 말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비단 검색 영역뿐 아니라 다른 모든 컨텐츠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음악 시장이 대표적인 예고, 그외 출판, 만화, 영화, 디자인 등 디지털 미디어에 관련한 부분에서는 다 조금씩 문제가 되고 있다. 컨텐츠 제공자가 유통자보다 불리한 상황은 점점 심화되고, 질좋은 컨텐츠를 생산하고자 하는 의지는 점점 꺾일 것이다. 전에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지만, 질좋은 컨텐츠의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이 문제는 꽤 심각한 문제인 것 같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과연 어떻게 해야할까? 지금은 그다지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곰곰히 생각해봐야겠다.        

       
  1. 나는 어떤 기업이든 착하다는 표현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기업은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것이 목적이고, 그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다른 이익집단과 충돌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충돌에서 일방적으로 어떤 기업이 착한지를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반대편 이익집단 입장에선 착한 기업도 곧 악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적인 상식에서 "악한 기업"은 분명 존재한다. 사익만 추구하다가 공익을 해치는 기업들은 그렇게 불릴 만하다. 하지만 '착한 기업'이란 그 기업이 자선단체가 아닌 이상 존재하기 어렵다.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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