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소고기의 위험을 어떻게 봐야 할까 (2)
내 생각/이슈 | 2008/04/29 00:50

미국 소고기의 위험을 어떻게 봐야 할까

(위 글에 이어 씁니다.)

불확실성의 위험

금융에서는 가치 변화의 불확실성을 위험을 평가하는 하나의 척도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주가가 1500원에서 2000원 사이에서 변하는 주식보다, 500원에서 3000원 사이에서 변하는 주식이 더 위험하다고 평가하는 식이다.  이는 전 글에서 설명한 위험과는 다른 종류의 위험이다. 이는 어떤 목적으로 전략적인 행동을 할 때, 그 행동이 성공적일 것이냐 아닐 것이냐를 판별하는 위험이기도 하다.
불확실성의 위험은 반드시 금융분야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이 대학원서를 낼 때 소위 '안전 지원'을 하는 것도 불확실성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행위로 볼 수 있다. 붙을 지 떨어질 지 예측하기 힘든 것 자체가 곧 위험인 것이다.
 

먼 미래의 위험은 당장의 위험보다 낮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 yy

위 문장은 YY님이 직접 블로그 댓글로 단 것이다. 이 문장은 의학의 발전이라는 경험적 측면에서는 사실이다. 지난 의학의 역사를 볼 때, 광우병도 언젠가 치료법이 밝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확실성의 측면에서 보면 사실이 아니다. 먼 미래에 나타날 위험은 당장의 위험보다 높을 수 있다. 현재의 행동이 미래의 언제에 어떤 위험이 될 지 모른다는 것이 곧 불확실성을 뜻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비교는 어렵겠지만, 먼 미래에 결제되는 금융상품의 경우 그 값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 위험한 상품으로 분류되며, 거래시 더 많은 값을 치뤄야한다.

불확실성으로'만' 위험성을 평가한다면, 광우병은 상당히 위험하다. 우선 정확한 메커니즘이 알려져 있지 않다. 소고기를 얼마나 어떻게 먹으면 발병하는지, 잠복기는 얼마나 될지 아직 정확하게 예측을 할 수 없다. 병이 잠복 중인지 아닌지 조차 알 수 없으므로 나중에 발병한다 한들 중간에 예방할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 그리고 어느 소고기에 광우병 단백질이 많은지 도축 이후에 평가할 방법조차 없다.

또한 이는 우리나라만 해당하는 불확실성 위험인데, 그것은 우리가 수입할 미국 소고기의 위험성을 검사할 방법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오로지 미국의 검사만 믿어야 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아직 소고기의 원산지 표기 체계가 불완전하다. 따라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불확실성이 굉장히 높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는 소고기를 섭취하는 방법 또한 미국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점이 불확실성을 굉장히 높인다. 우리나라 사람은 소뼈를 고아 먹고, 그 내장도 자주 먹는데, 이런 경우에 광우병의 발병률이 어떻게 될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영국에서도 적어도 햄버거 패티에 소뼈를 넣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사람들이 댓글로 계속 지적하는 위험도 바로 이런 위험이다.)

불확실성은 그 위험을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는 데도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한 해에 번개에 맞아 죽는 사람의 빈도를 생각해보자. 이 빈도를 확률로 본다면, 번개에 맞아 죽을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내가 번개치는 날에 들판에 나가 쇠꼬챙이를 높게 들고 있다면 번개에 맞을 확률은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이 말은 곧 어떤 일이 일어난 빈도가 항상 그 일이 일어날 확률을 뜻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사고를 생각해보자.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는 사람(빈도)은 무척 많지만, 안전 운전하는 사람이 자동차 사고로 죽을 확률은 상당히 떨어진다. 따라서 개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안전운전을 함으로서 위험을 통제할(또는 한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광우병은 개인이 통제할 수 있을 지의 여지가 불투명하다. 이런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불확실성의 위험이 사람들의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 지는 yy님의 블로그에 달린 '지나가다'님의 덧글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만약 우리가 마셔서 소비하는
어떤 회사의 음료수 한 500만병 중에서 서너 병 정도에 독극물을 타 넣었다고
합시다. 그걸 알면서 확률이 무지 낮으니 그 음료수 사서 마실까요?
아마 아무도 사 마시지 않을 겁니다. 다른 회사 음료수 사 먹겠지요.

물론 광우병 단백질이 독극물처럼 한 번 복용만으로도 치명적이라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위 예시는 사람들이 광우병에 소위 '과민반응'을 보이는 행동이 단순히 비합리적이라고 치부할만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암시한다. 빈도와 관계없이, 현재의 불확실성을 높일 것이냐 말것이냐를 선택하는 문제에선, 다른 회사의 음료수를 사먹는 것이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다.

 
상대적 위험

개인이 느끼는 손해와 불확실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안타깝게도, 이 글과 전 글에서 내가 말한 위험은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대단히 어려운 것들이다. 따라서 내가 제시한 위험들은 과학적이라 보기 힘들다. 하지만 이 위험이 미래에도 과학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언젠가 광우병의 메카니즘이 정확하게 밝혀진다면, 내가 말한 위험이 정말로 미미한 것으로 밝혀질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우리는 미국 소고기가 한국 사람들에게 얼마나 위험한지 정확하게 모른다는 사실이고(밝혀진 사실로 유추하면 엄청나게 위험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 더 큰 문제는 지금 우리가 그 고기를 먹어야할지 아닐지 결정을 해야한다는 점이다. 미래가 아닌 바로 지금 말이다.

불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게 될 결정을 내려야만 할 때, 우리가 쓸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란 바로 '정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미국산 소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평가할 때 '정치'적 요소는 들어갈 수 밖에 없다. 과학자의 눈으로 볼 땐 엄청나게 비합리적인 방식일 지 모르지만, 그것이 우리의 최선이다. 이는 경제 발전을 위해 성장을 우선해야 하는지, 분배를 우선해야 하는지의 선택과 같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을 결정해야 할 때 우리가 하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때론 과학이 아닌 것도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정치적 관점으로 볼 때, 미국산 소고기 수입은 위험한가? 여기에 대해서만은 확신해서 말할 수 있다. 그렇다. 위험하다.

이유는, 정부의 태도에 있다. 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은 별다른 근거 없이 "미국산 소고기는 질 좋은 고기"며, "수입은 전 정부에 이미 결정된 것"이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것은 "정치적 공세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저 말인 즉, 정부는 미국산 소고기가 가져다줄 불확실성의 위험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지 못하며, 그것을 통제할 강한 의지가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미국산 소고기를 반드시 먹어야만 하는 당위성조차 빈약한 이상, 소고기 수입이라는 정치적 판단은 무작정 위험을 늘리기만 하는 대단히 위험한 판단이란 것이다.(그것이 미미하든 아니든 간에) 꼭 소고기가 아니더라도 이런 일은 얼마든지 또 일어날 수 있다. 당장 늘어나는 위험은 미미하더라도, 정부의 태도가 저렇게 무책임 하다면 우리가 앞으로 겪게 될 위험이 얼마나 커질지 모르는 것이다. 정치적인 관점에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의 위험은 아직도 과소평가 되어있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말이다.

이명박 정부가 만약 미국 소고기 수입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반대를 정치공세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방식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유효한 방안은 바로 영국 농림부 장관이 썼던 방법이다. 즉, 바로 이명박 대통령과 소고기 수입의 책임이 있는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미국산 소뼈로 우린 국물에 내장을 넣어 끓인 내장탕을 매일 같이 먹는 거다. 이로서 정치적인 반론은 상당히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2008/04/29 00:50 2008/04/29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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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나는 미국산 수입 쇠고기를 기꺼이 먹겠다, 그러나……

    Tracked from Periskop over Military History 2008/04/29 03:34  delete

    최근에 MB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 협상결과를 두고 시끌시끌하다. 국민 건강을 팔아 캠프 데이비드 숙박료로 지불했다는 비난부터 시작하여, 최근에는 인간 광우병의 공포와 미국 거대


  1. hwi 2008/04/29 18:3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너 이거 오냐?
    ---------------
    안녕하세요~
    복잡계 전략 연구센터에서 다음과 같이 공개 세미나를 개최합니다.
    - 시간 : 2008년 5월 2일 (금요일) 오후 4시 30분
    - 장소 : 1호관 1층 국제회의실
    - 주제 : 네이버 블로그 공간 내, 커뮤니티 추출 및 분석 (Finding and Analyzing Communities in Naver Blogspace)
    - 강사 : 백석철 박사 (NHN 사회네트워크 분석 TF 팀장)
    이번 세미나는 네트워크 분석 이론을 실제 네이버의 블로그 데이터에 적용함으로써 네이버 블로그 사회망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진화 모습을 살펴보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그렇지만 네트워크 이론을 잘 모르시는 분들도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2. 뉵짱돌이 2008/04/30 22:2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온갖 첨가물들이 여기저기에 널려 있어서 미국산 소고기를 피할 수 없다"라는 공포겠죠. 이게 파급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생리대 사재기까지;; 무섭습니다.

    • mcfrog 2008/05/01 22:47  address  modify / delete

      그렇죠. 개개인이 잠재위험을 완전히 컨트롤할 수 없다는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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