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우병 : 객관과 주관
내 생각/단상 | 2008/05/07 23:22

미국 소고기의 위험을 어떻게 봐야 할까
미국 소고기의 위험을 어떻게 봐야 할까 (2)

위 글에 이어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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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장점은 모든 사물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장점이 단점이 될 때가 있다. 바로 사물의 주관적인 면을 간과할 때다.

이번 광우병 논란이 좋은 예다. 어떤 블로거는 과학적 사실을 들어 광우병의 위험이 과장되었다고 말한다. 그것 자체는 맞는 말이고, 또 그런 객관적인 분석은 논의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너무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면 정책결정자 입장에서만 생각하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광우병의 위험이 과장되었다는 주장의 부가적인 논거로 "연간 암으로 죽는 사람이 더 많다. 따라서 암의 위험에 비하면 광우병은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 같은 것이 있다. 이 논거는, 매년 보건 정책을 결정하고 예산을 배분해야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그럴 듯한 논거다. 어차피 예산은 정해져 있고, 암 예방 쪽에 예산을 더 투자하는 것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비용에 대한 편익이 암 예방 투자가 훨씬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결정자 입장에선 쇠고기에 대한 논쟁은 비효율적으로 보일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문제는 보건복지부 뿐만 아니라 개인도 비용편익 분석을 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개인의 입장에서 비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이 더 문제다. 우선 한 사람이 백만번 죽었다 살아날 수 있는 것이 아닌 이상, 개인의 입장에서는 광우병의 위험을 광우병이 발생한 빈도수로 평가하기가 어렵다. "내가"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얼마인지 알기 위해서 소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려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런 이유로 개인의 입장에선 "미국산 쇠고기를 먹었을 때 개인이 지불해야하는 비용"을 측정하는 객관적인 지표로서, "이제까지 광우병에 걸린 사람의 비율"을 사용하기가 어렵다. 보건복지부 입장에서는 객관적인 지표로 사용할 수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개인이 감수할 위험의 정도를 측정할 때도 객관적인 분석이 어렵다. 만약 누군가가 "나는 광우병에 걸려 죽을 바에야 암에 걸려 죽겠다"라고 말했다고 생각해보자. 이 말을 객관적인 지표를 들어 반박할 수 있겠는가? 이렇듯 개인의 비용편익 분석은 주관적인 요소가 들어갈 수 밖에 없다. 개개인의 상황은 객관적으로 분석하기 어렵기 때문에, 흔히 간과하게 된다.

하지만 쇠고기 수입 문제에서는 개인의 선택도 중요한 문제다. 개개인은 보건복지부가 어디에 얼마의 예산을 쓸 지는 별 관심이 없다. 개인은 오로지 자신의 비용편익만으로 생각할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두고 비합리적이라 비난할 수는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 모두가 그렇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개인의 비용편익 관점에서 미국 쇠고기 수입은 어떤가? 지금 우린 미국 쇠고기 대신에 싸게 먹을 수 있는 호주산이나 뉴질랜드산 쇠고기가 있다. 만약 미국 쇠고기가 호주 쇠고기보다 위험하다는게 사실이라면, 개인의 입장에서 미국 쇠고기 수입은 불필요한 위험을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손해보는 일이 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원산지 표시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미국 쇠고기를 먹기 싫어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지 모른다. 이는 개인의 예상 비용을 상당히 높인다.

어떤 일이 약간이라도 자신에게 손해가 된다면 화를 내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난 오히려 과학적 사실을 들어 미국산 쇠고기를 흔쾌히 먹겠다는 사람이 더 이상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개인이 느끼는 비용과 편익은 사람따라 다르니 굳이 그 사실에 반박하지 않겠다. 만약 곧 죽어도 뉴질랜드 산이 미국산 쇠고기보다 싸고 맛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미국산 소고기의 광우병위험이 뉴질랜드산보다 0.0000001이라도 높다고 그 사람이 생각한다면, 그 사람에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손해일 뿐이다. 이 사람의 편익 평가 방식에 대해서도 반박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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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는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껄끄러워한다. 하지만 분명 주관적인 관찰과 판단이 필요한 부분은 반드시 존재한다. 과학자는 이런 부분을 잘 언급하지 않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무시하게" 된다. 광우병 논란에서 과학자가 정책결정자의 편을 드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과학자는 사회적 책임을 잘 지려하지 않는다" 라는 해묵은 비판이 있다. 그것은 이런 과학자의 태도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 비판이 정당하건 정당하지 않건 간에 말이다.) 그 점에 대해서는 과학자들이 주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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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글을 주절주절 썼는데, 제 글 보다는 deulpul님의 글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deulpul님이 대부분 하신 거 같아요.

http://deulpul.egloos.com/1745480
http://deulpul.egloos.com/1747143
2008/05/07 23:22 2008/05/07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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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cfrog 2008/05/08 03:1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다시 읽어보니 문장이 이상한 부분이 꽤 되더군요. 좀 고쳤습니다.
    앞으로 글을 공개하기 전에 퇴고를 열심히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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