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쇠고기 문제 100분 토론을 보고 정리
내 생각/이슈 | 2008/05/09 03:20

100분토론을 보았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바와 비슷하게 진행되더군요.
전 정부 옹호측이 가지고 나올 수 있는 주장을 크게 두 가지로 보았습니다.

1. 광우병 위험은 과장되었다.
2. 쇠고기 협상은 이전부터 진행하던 사안이었으며, 국제적 기준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 두 가지 주장은 다음의 의문을 해소하기 상당히 어렵습니다.

1. 광우병 위험은 0이 아니다. 미국산 쇠고기 말고도 국내에 쇠고기는 많이 유통된다.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면서까지 우리가 굳이 위험을 감수해야할 이유는 무엇인가?
2. 다른 나라보다 더 완화된 조건으로 수입을 허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2번의 경우 이상길 정책 단장은 이런 식으로 반론을 펼치더군요.

" 우리가 먼저 협상을 해서 그렇다. 지금 미국과 협상하고 있는 다른 나라도 우리와 비슷한 조건(즉, 옹호측이 말하는 국제적 기준)으로 협상하게 될 것이다. "

이 말은 또 다음의 말에 간단히 반박됩니다.

"그럼 왜 하필 우리나라가 더 일찍 협상을 했는가? 그것도 대통령 방미 일정에 맞춰서?"
   

옹호측이 말하는 "국제적 기준"이란 것도 정부의 다음 발언 때문에 그 의미가 퇴색됩니다.

"미국에 광우병이 발생하면 통상 마찰을 감수하면서라도 수입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겠다."

양국간에 협의된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은 "국제적 기준"아닙니까? 협상할 때는 국제적 기준을 찾으면서, 문제가 생기면 국제적 기준은 나몰라라 하는 겁니까?


광우병 위험이 과장됐다는 사실과 별도로, 이미 하나의 결론은 확실합니다.
 
"정부는 졸속협상을 했다. 그러므로 당연히 그 정치적 책임을 져야한다."

토론 마지막에 진중권 교수와 또 한분의 패널이 정리한 말이 이 토론의 전부가 되어야 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부는 광우병의 리스크가 작던 크던 간에(물론 잠재적 리스크는 상당히 큰 상태입니다.) 리스크 관리에 완전히 손을 놓았습니다. 그 사실을 오로지 "원래 리스크는 작았어요"라는 궁색한 변명으로 때우려고 하는 상태입니다. 제가 이 블로그에서 여러번 언급했고, 또 진교수도 지적했지만, 정부가 생각하는 리스크와 개인이 생각하는 리스크는 종류가 다른 겁니다. 그리고 정부는 당연히 국민 개인의 리스크를 관리할 책임이 있는데, 정부 차원의 리스크관리만 얘기하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의 리스크(심해봤자 몇 명 죽는 정도?)가 작다고 해도, 개인의 리스크로 보면 큰 문제죠. 결국 정부는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태일 뿐 아니라, 자신들이 뭘 해야하는지도 감을 못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협상도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다른 나라의 예를 보면 답은 간단하죠. 정부는 이 측면을 일부러 언급 안하고 무시하고 있는 듯합니다. 차라리 FTA때문에 그랬다!라고 대놓고 말하면 좀 더 이해해줄만 하겠습니다만.


게다가 가장 큰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청와대는 그 정치적 책임을 질 의지가 박약해보인다는 겁니다. 다음의 기사를 보시죠.

[단독]靑 “PD수첩 민·형사 소송”  - 서울 신문

.........

토론 보느라 완전히 시간 낭비했습니다. 궁색한 변명, 그 이외는 별로 없었습니다. (토론 뒤에서 청와대는 책임 회피와 떠넘기기를 시도하고 있기까지 하고요.) 진중권 교수가 별로 얘기하지 못한 것도 아마 핵심을 짚지 못하는 토론 방향때문에 그럴 겁니다. 광우병 위험의 평가 문제와 정부 삽질은 다른 얘기고, 사실 과학 논쟁이 아닌 정치 토론에선 후자가 더 중요한데, 자꾸 전자만 얘기하니 토론에 끼어들기가 힘들었던 거겠죠.

100분 토론을 보고 나니 알겠습니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탄핵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노무현 대통령 때 "그만한 일"로 탄핵 발의를 했으니, 역시 "그만한 문제"에 되돌아 올 수 밖에 없는 얘기입니다. 한나라당이 언젠가 질 수밖에 없었던 정치적 책임이고요.) 청와대와 정부가 태도를 바꾸지 않는 이상, 우리는 계속 분노하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2008/05/09 03:20 2008/05/09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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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우병 : 객관과 주관
내 생각/단상 | 2008/05/07 23:22

미국 소고기의 위험을 어떻게 봐야 할까
미국 소고기의 위험을 어떻게 봐야 할까 (2)

위 글에 이어 씁니다.

----------

과학자의 장점은 모든 사물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장점이 단점이 될 때가 있다. 바로 사물의 주관적인 면을 간과할 때다.

이번 광우병 논란이 좋은 예다. 어떤 블로거는 과학적 사실을 들어 광우병의 위험이 과장되었다고 말한다. 그것 자체는 맞는 말이고, 또 그런 객관적인 분석은 논의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너무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면 정책결정자 입장에서만 생각하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광우병의 위험이 과장되었다는 주장의 부가적인 논거로 "연간 암으로 죽는 사람이 더 많다. 따라서 암의 위험에 비하면 광우병은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 같은 것이 있다. 이 논거는, 매년 보건 정책을 결정하고 예산을 배분해야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그럴 듯한 논거다. 어차피 예산은 정해져 있고, 암 예방 쪽에 예산을 더 투자하는 것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비용에 대한 편익이 암 예방 투자가 훨씬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결정자 입장에선 쇠고기에 대한 논쟁은 비효율적으로 보일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문제는 보건복지부 뿐만 아니라 개인도 비용편익 분석을 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개인의 입장에서 비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이 더 문제다. 우선 한 사람이 백만번 죽었다 살아날 수 있는 것이 아닌 이상, 개인의 입장에서는 광우병의 위험을 광우병이 발생한 빈도수로 평가하기가 어렵다. "내가"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얼마인지 알기 위해서 소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려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런 이유로 개인의 입장에선 "미국산 쇠고기를 먹었을 때 개인이 지불해야하는 비용"을 측정하는 객관적인 지표로서, "이제까지 광우병에 걸린 사람의 비율"을 사용하기가 어렵다. 보건복지부 입장에서는 객관적인 지표로 사용할 수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개인이 감수할 위험의 정도를 측정할 때도 객관적인 분석이 어렵다. 만약 누군가가 "나는 광우병에 걸려 죽을 바에야 암에 걸려 죽겠다"라고 말했다고 생각해보자. 이 말을 객관적인 지표를 들어 반박할 수 있겠는가? 이렇듯 개인의 비용편익 분석은 주관적인 요소가 들어갈 수 밖에 없다. 개개인의 상황은 객관적으로 분석하기 어렵기 때문에, 흔히 간과하게 된다.

하지만 쇠고기 수입 문제에서는 개인의 선택도 중요한 문제다. 개개인은 보건복지부가 어디에 얼마의 예산을 쓸 지는 별 관심이 없다. 개인은 오로지 자신의 비용편익만으로 생각할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두고 비합리적이라 비난할 수는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 모두가 그렇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개인의 비용편익 관점에서 미국 쇠고기 수입은 어떤가? 지금 우린 미국 쇠고기 대신에 싸게 먹을 수 있는 호주산이나 뉴질랜드산 쇠고기가 있다. 만약 미국 쇠고기가 호주 쇠고기보다 위험하다는게 사실이라면, 개인의 입장에서 미국 쇠고기 수입은 불필요한 위험을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손해보는 일이 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원산지 표시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미국 쇠고기를 먹기 싫어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지 모른다. 이는 개인의 예상 비용을 상당히 높인다.

어떤 일이 약간이라도 자신에게 손해가 된다면 화를 내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난 오히려 과학적 사실을 들어 미국산 쇠고기를 흔쾌히 먹겠다는 사람이 더 이상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개인이 느끼는 비용과 편익은 사람따라 다르니 굳이 그 사실에 반박하지 않겠다. 만약 곧 죽어도 뉴질랜드 산이 미국산 쇠고기보다 싸고 맛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미국산 소고기의 광우병위험이 뉴질랜드산보다 0.0000001이라도 높다고 그 사람이 생각한다면, 그 사람에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손해일 뿐이다. 이 사람의 편익 평가 방식에 대해서도 반박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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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는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껄끄러워한다. 하지만 분명 주관적인 관찰과 판단이 필요한 부분은 반드시 존재한다. 과학자는 이런 부분을 잘 언급하지 않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무시하게" 된다. 광우병 논란에서 과학자가 정책결정자의 편을 드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과학자는 사회적 책임을 잘 지려하지 않는다" 라는 해묵은 비판이 있다. 그것은 이런 과학자의 태도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 비판이 정당하건 정당하지 않건 간에 말이다.) 그 점에 대해서는 과학자들이 주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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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글을 주절주절 썼는데, 제 글 보다는 deulpul님의 글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deulpul님이 대부분 하신 거 같아요.

http://deulpul.egloos.com/1745480
http://deulpul.egloos.com/1747143
2008/05/07 23:22 2008/05/07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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