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까지 이공계정책은 제조업 중심이었다.
내 생각/이슈 | 2007/07/16 04:14

바로 전에 제가 쓴 "이공계 살리기 그만두는게 맞다"에 이어 씁니다.

이공계가 곧 제조업은 아니지만, 이제것 정부나 기업이 '이공계=제조업'으로 인식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상 지금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은 제조업이 상당히 많거든요. 공업중에서 농/광업, 토목/건축업, 에너지산업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제조업으로 분류됩니다. 조선,철강,전자도 제조업으로 분류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조업을 뺀 이공계산업이래봤자 정보기술(IT)산업, 제약 정도일까요?  일단 제약은 세계적인 수준이 못 된다고 치고, 정보기술산업을 빼고 이공계를 얘기했다고 문제가 되는 걸까요?

우리나라가 정보산업기술을 육성하기위해 한 일은 기존에 제조업을 키우기 위해 한 일과 그다지 다르지 않습니다. 고속도로를 깔았듯이 인터넷 인프라를 갖추고, 고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정보산업 관련학과의 정원을 대폭 늘려 인력을 배출해왔죠. 거기다가 정보산업업체에 병역특례 인원을 대량으로 배정하기까지 했습니다. 그 결과는 다들 아실 겁니다. 진짜 기술로 승부하는 정보산업보다는 소위 '인력장사'라고 불리는 SI업이 주류를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뭐, 정책 마인드의 관점에서보면 정보기술산업도 기존 제조업과 별다를 것 없이 취급해왔다는 겁니다. (토목/건축/에너지도 엄청나게 다른 건 아니었고요)

송희영 논설위원의 논리 진행이 투박하게 느껴진다고 해도, 논의의 핵심은 '2차산업(제조업) 육성 마인드'를 버리고 '3차산업'육성에 힘을 쓰자는 얘기입니다. 수많은 '이공계인'들이 주장하는 것도, 이공학이 기초가 되야  '2차산업' 뿐만 아니라 '3차산업'도 발전할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기존 제조업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는 거고요. 송논설위원은 거기다가 금융/서비스업의 육성도 중요하다고 얘기를 하는 겁니다. 별 문제가 없어요.

전 그동안 송위원이 어떤 얘기를 해왔는지는 잘 모릅니다. 그동안 소위 '이공계'를 무시해왔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이 글에서만은 그런 뉘앙스는 느끼기 어렵습니다. "송위원이 '이공계=제조업'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다, 이건 이공계인을 '공돌이'취급하는 것이다." 라고 말하는 것이야말로 너무 확대해석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전 이공계학과 대학생들이 '공돌이'(보통 현장 기술자, 공장 직원을 칭하는 말이겠죠) 취급받는다고 분노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물론 '공돌이'라는 용어자체에 무시하는 뜻이 포함되어있긴 하죠. 근데 명시적으로 '공돌이'이라고 칭하지도 않았는데, 공장 직원과 같이 놓였다는 이유만으로 무시당한다고 불쾌해 하는 것은 공장 직원을 스스로 무시하고 있다는 얘기밖에 안됩니다. 제품은 연구개발자들끼리만 만들 수 있는거 아니잖아요?

   
2007/07/16 04:14 2007/07/16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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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공계 살리기' 그만두는게 맞다.
내 생각/이슈 | 2007/07/16 01:54

[송희영 칼럼] 이공계 살리기에 언제까지 매달려야 하나  -조선일보

올블로그에 위 칼럼에 대해 얘기한 글들이 올라 오길래 가서 읽어 봤다. 내가 제대로 읽은 게 맞다면, 송희영씨는 맞는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 지금과 같은 '이공계 살리기'는 그만둬야하는 게 맞다.

그런데도 이공계 위기론(論)을 앞세워 전국의 이공계 대학이 고만고만한 졸업생을 붕어빵 찍어내듯 쏟아내고, 정부가 대학과 산하 연구소에 연구비를 나눠먹기식으로 살포한다면 한국 경제가 가고 있는 큰 방향과 맞지 않는다. 특히 이공계 살리기가 무슨 숭고한 애국운동이자 선진국으로 가는 경제 살리기 전략인 것처럼 몰고 가서는 곤란하다.

송희영씨 글의 마지막 문단은 내가 생각하는 바와 같다. 소위 '이공계 위기'의 주된 이유는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이공계 전공자 수와 실제로 배출되는 사람 수의 불균형에 있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니 '이공계인'의 처우가 좋아지지 않고, 대학교 공과계열 입학 경쟁률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미 정부는 IMF 이전 부터 대학교 공대 정원을 대폭 늘려왔고, 지금 그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어떤 이들은 정부와 기업이 싼 맛에 이공계 인력을 부려먹기 위해서 '이공계 위기론'이라는 허상을 만들어내고, 계속 고만고만한 인재들을 다량 찍어내는 것이 아닌가?하는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는데, 결과를 놓고 봤을때는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이공계'라는 말조차 애매하기 짝이 없다. 흔히 '이공계열'로 분류되는 대학의 학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문과계열'로 분류되는 과들보다 훨씬 그 스펙트럼이 넓다. 생물학과 졸업생과 전산과 졸업생이 같은 입장이라고 볼 수 있는가? 뿐만아니라 대학을 넘어 '이공계 산업'이라는 개념으로 확장시켜보면 그 간극은 더하다. 공고를 졸업해서 공장에서 일하는 기술자와 대학원을 졸업해 R&D 연구원으로 일하는 사람을 같은 이해관계로 묶기는 더욱 힘든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다양한 계층,계급,산업군을 '이공계'라 한마디로 표현하고, 위기가 있다고 한다. 뭔가 이상하지 않는가?

사실 '이공계 위기'란 여러 위기를 합쳐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것은 '학문의 위기', '노동자의 위기', '대학 교육의 위기'라 부를 만하다. 당장 돈이 되지 않을 것 같아보이는 기초학문(꼭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인문학까지 포함한다. 사실 자연과학은 인문학에 비하면 위기라 불릴만한 정도는 아니다)이 점점 외면당하는 것이 '학문의 위기'다. '노동자의 위기'는 비정규직문제를 포함한 비합리적인 노동문화(살인적인 노동강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의 권리)등이 포함된다. 사실 우리나라는 몇몇 직업을 제외하고는 이공계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직업군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그리고 '대학 교육의 위기'가 있다. 많은 대학들이 평범한 학생을 데려다가 똑똑한 학생으로 만들 생각은 안하고 그저 똑똑한 학생을 데려오는 일에만 관심을 가지며, 심지어는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보기도 한다. 예전에 비해서는 나아지긴 했지만, 전체적인 국가위상에 비해서는 교육의 수준이 따라오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위기들을 정확히 인식하고 하나씩 풀어 나가는 것이 우선이지, 애먼 위기를 만들어 놓고 이상한 처방을 계속해봤자 진짜 문제만 악화될 뿐이다.
2007/07/16 01:54 2007/07/16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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